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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달하게 먹는 비법 고구마 더
    카테고리 없음 2021. 2. 5. 19:37

    부드럽고 달콤한 달수감자가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달 리가 없다는 이유로 이름이 달수가 된 고구마는 당도가 과일보다 2배가량 높다. 겟티이미지뱅크

    - 이영재의 섬세한 맛 - 고구마, 더 달게 먹는 비결은 '온도와 시간'

    화요일 오전 연재 원고 마감을 위해 커피를 만들다가 문자를 하나 받았다. 10여 년 가까이 고구마를 사먹고 있는 전남의 농가였다. 어디냐고? 물론 말할 수 없지 언론에 글을 쓰면서 간혹 정보 제공 차원에서 특정 상표 제품이나 구입처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있다. 요청을 받았을 뿐인데도 어김없이 광고다라는 문구가 붙는다. 프리랜서 요리평론가인 나는 글의 바탕이 되는 모든 요리를 내 돈으로 사 먹고 있는데도 그런 반응이 일색이다. 이 때문에, 오해를 부르지 않기 위해서, 판매처를 특정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설을 맞아 농작물을 선물로 보낸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열심히 사 먹으면 이런 날도 오는구나. 매달 5kg씩 고구마를 사 먹으면 1년에 30만원을 넉넉히 쓰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 아니다. 덕분에 명절에 선물을 받다니.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프리랜서는 보너스나 명절 선물 같은 것을 받는 일이 거의 없다. 대체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가끔 직장인들의 스팸 선물세트 같은 것이 부러울 때가 있어 무척 기뻤다.

    음식 평론가는 정말 근근이 이것저것 먹어야 하기 때문에 한 음식이나 식재료를 오래 사먹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런 가운데 지금 먹는 고구마는 10년 가까이 오븐에 구워져 냉동고에서 꾸준히 그 맛을 유지하고 있다. 발단은 어느 날 집으로 예고 없이 날아든 자색고구마 한 상자였다. 알고 보니 아는 시인 겸 편집인의 선물이었다. 그렇게 안 판매처에서 꾸준히 고구마를 사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새 품종 소식을 들었다. 단맛은 밤고구마에 가깝지만 씹히는 맛이 없어 어구마처럼 부드러운 이른바 장점을 한꺼번에 갖춘 품종이라고 한다. 바로 주문하고 맛을 보고 깜짝 놀랐어. 아무런 맛도 내지 않고 구워내기만 한 고구마는 독립된 디저트인 듯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었다. 품종의 이름은 달수 이처럼 달수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전국 고구마 재배량의 4.0%를 차지하는 달수 고구마는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겟티이미지뱅크

    ● 달수, 고구마 원산지는 일본

    그런 달수는 이제 전국 고구마 재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전국구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사실 고구마를 품종 이름까지 알고 있어 먹기가 쉽지 않다. 통상의 작물과 같이, 품종이 매우 다양하고, 고구마라면 「물」 「호박」 「밤」 등 일반적인 명칭으로 기억·선택하기 쉽다. 그런 가운데 달수는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인기 비결이 뭐냐고요? 무려 27브릭스에 달하는 당도다. 브릭스란 당도 단위로 물 100g을 기준으로 녹아 있는 당분의 양을 뜻한다. 1브릭스 국수 100g에 1g당 1g이 녹아 있다고 한다. 비교하면 귤 중 당도가 높은 것이 12브릭스, 최근 최고급 과일의 신예 1위로 꼽히는 샤인머스캣이 최소 18브릭스다. 월수가 이들 과일보다 1.52배 이상 많고 달다.

    그런데 달수의 고향은 어디일까. 사실 품종의 이름이 진율미와 같다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친근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래 구황작물인 고구마의 품종명이 '달수'라니. 이건 뭔가 너무 잘 맞아서 오히려 더 궁금했어. 그래서 족보를 추적해 보니 나름대로 익숙하더라도 예측 가능한 결론이 나왔다. 달수는 일본 출신의 고구마였다.

    홍춘화(紅春花)가 바로 달수의 본명이다. 규슈 오키나와 농업연구소에서 1997~2007년 개발·육성한 고구마로 '규슈 121호'와 '하루코가네'의 교배종이다.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아 고향 답례품 상위에 오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경부터 재배와 확산이 시작됐지만 문제는 공식적으로 품종을 반입한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하필이면 알리바구미 등 금지해충이 서식하면서 외국 품종의 반입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재배를 시작했다. 그렇다면 베니하루카는 어떻게 국내에 정착했을까.

    2020년 11월 15일자 농업신문에 다르스와 베니하루카의 기사가 실렸다. 제목이 고구마 홍하루카 무단유통 국내 확대재배 면적 40% 수출경쟁 우려였다. 한국 농민이 견학부터 들여온 베니하루카가 국내에 정착했다는 요지였다.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들의 요청으로 베니하루카를 무균 배양해 해남1호라 이름 붙여 보급해 왔다는 것이다. 어찌나 맛이던지 해남고구마생산자협의회를 통해 해남1호가 전국으로 퍼졌다. 달스는 이제 주류가 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베니하루카와 다루스, 또는 하이난 1호의 관계가 공식적인 국제문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 베니하루카가 신품종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UPOV)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행사하려면 양도 개시 후 4년 이내에 현지에서 품종 등록을 해야 한다. 일본으로서는 반출되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고, 그런 절차를 밟았을 리 없다. 더구나 작물은 의류와 같은 공산품과는 또 달라 자발적으로 재배한 흐름을 막거나 돌리기도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부터 벌어진 불매운동으로 일본 태생의 의류와 일본산 맥주가 큰 영향을 받았지만 고구마는 원품종이 일본산이라 국내에서 재배됐다. 더구나 수많은 식재료가 식탁을 들락거리는 현실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품종의 이름부터 특성을 넘어 근원까지 캐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러나 농업계에서는 도의나 자존심 차원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다르스에 대한 농업매체의 보도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하필이면 일본 품종이 무단 도입돼 전국적으로 퍼지는 바람에 질타를 받기 때문에 망신을 당한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국산 고구마는 이렇다 할 속수무책인 것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이 기능성과 재배안정성이 뛰어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 보급하고 있다. 그 결과 국산 품종의 재배면적 점유율이 2016년 15.9%에서 2020년 37.1%로 2.5배 가까이 올랐고, 2024년에는 40%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베타카로틴의 높이와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는 국산 고구마의 대표 품종은 호감미, 풍원미, 진율미 등이다.

    오븐을 사용할 경우 보리 아당을 활성화시킨 뒤 180도 이하의 온도에서 굽는다. 겟티이미지뱅크

    12~16℃에서 놓고 구울 때는 57~75℃

    어떤 경로로 품종에서 들어오든 일단 우리 집 대문에서 굴러 들어온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것이 예의다. 그 앞에서 매월 고구마를 5킬로 정도 반입한다고 한다. 생은 물론 익힌 뒤에도 보존성이 나쁘지 않은 작물이 고구마다. 따라서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사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대량을 사서 한꺼번에 조리하는 것이 훨씬 편하다. 사실 고구마는 의외로 조리 후보다 이전 보관이 더 어렵다. 구황작물이니 거칠게 굴려도 될 것 같은데 고구마는 아열대의 남미와 중미가 고향이다. 최고 보관 온도대가 1216도여서 한국처럼 사계절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는 활활 타오르고 겨울에는 얼어붙는 나라에서는 보관이 특히 어렵다. 냉장고에 넣어도 상하고 온도가 높은 곳에 그대로 두면 멍든 곳부터 썩게 된다. 따라서 상자를 구입하면 받자마자 뒤집어 개봉해 온도대가 맞는 곳으로 통풍시킨다. 장시간 두고 먹는 양이라면 신문지로 1개씩 싸고, 조리 직전까지는 물을 바르지 않는다.

    고구마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맥아당이 활성화되는 온도(5775도)를 맞춰 구워야 한다.

    이렇게 자세히 보면 어쩐지 까다로워 보이면 환경이 허락하는 대로 최대한 빨리 조리해 버리는 게 몇 배로 편하다. 단것이 아니더라도 고구마는 어떻게 조리해야 잠재력, 즉 단맛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계절이 겨울이라 길거리의 군고구마 가게를 떠올리기 쉽다.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일종의 오븐에 굽는 고구마다. 냄새도 향기도 매우 훌륭한 가운데, 이런 드럼통 오븐식의 조리법은 고구마에게는 최상이 아니다. 장작불은 최대 600도까지 올라가 복사열도 대단하다. 따라서 고구마가 맛 멍석을 깔기 전에 어서 재주를 부리라고 몰아붙일 것이다. 그렇게 주눅든 고구마는 차선에서 익어 버린다.

    미국 국립생물센터(NCBI) 논문에 따르면 익지 않은 고구마는 자당 포도당 과당을 포함하고 있지만 대체로 달지 않다. 그러나 익기 시작하면 전분이 가수분해돼 맥아당으로 바뀐다. 품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구마를 삶으면 맥아당의 비율이 최소 50% 이상으로 늘어나 단맛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준다. 따라서 고구마가 맥아당을 최대한 발달시키는 온도에서 구워야 제맛이 나는데 관건은 온도다. 고구마의 전분을 맥아당으로 바꾸는 효소는 57℃에서 활동을 시작해 75℃가 되면 손을 놓는다.

    군고구마를 냉동 저장한 전자레인지에 1, 2분만 돌리면 갓 구운 것처럼 된다. 겟티이미지뱅크

    따라서 이전 온도대에서 30분 정도 두었다가 본격적으로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븐은 에어프라이어나 찜보다 고구마에 좋지만 없으면 되도록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구울 것을 권한다. 오븐을 사용할 경우 보리 아당을 활성화시킨 뒤 180도 이하의 온도에서 굽는다. 드럼통의 오븐을 흉내 내 온도를 너무 높이면 겉은 눌어붙고 속은 바짝 마른 고구마가 초라해진다. 군고구마는 식힌 후 지퍼백에 넣어 냉동 보관 후 크기에 따라 전자레인지에 1~2분 데운다. 갓 구워내 가능한 한 가깝게 먹을 수 있다.

    음식평론가 입력 2021.01.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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