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장님이 폐업하신 날, 예전에는 지역 상권에 가면 꼭 빠질 수 없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남성 셔츠, 슬랙스 혹은 세트 정장을 판매하는 맞춤 의류점 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향긋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동네 옷가게의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내 사무실이 있는 왕십리 행당시장에도 쇼윈도우를 봐도 그 실력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남성 맞춤셔츠와 정장을 주로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올봄 눈물의 폐업을 했습니다.
SPA 자라, H&M, 유니클로 등의 소비자들에게는 패스트 패션 문화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30대, 40대, 50대를 넘는 중년 남성의 보수적인 직장 복장 문화도 넥타이 없이 출근하는 편안한 스타일과 코디로 바뀌고, 트레디셔널함을 추구하는 남성 정장 브랜드는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그 현실은 한국에서도 남성 정장류를 주로 취급하는 남성 패션 브랜드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맞춤복 시장의 방향성이 이제는 맞춤복도 DB화된 시스템으로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제안을 하는 비즈니스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카라, 카브스, 버튼, 핏감, 원단등 디테일하고 다양한 옵션과 부자재까지 고객 스스로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은 기존 맞춤매장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맞춤 비즈니스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시대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왠지 저는 옛날 동네 맞춤양복점의 명장 어르신들에게 믿음과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