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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장,셔츠,정장점 폐업 (정장기능사,패턴사,재단사) 중년남성을 위한 맞춤
    카테고리 없음 2021. 2. 9. 10:39

    동네 사장님이 폐업하신 날, 예전에는 지역 상권에 가면 꼭 빠질 수 없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남성 셔츠, 슬랙스 혹은 세트 정장을 판매하는 맞춤 의류점 이었습니다. 이제는 그 향긋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던 동네 옷가게의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내 사무실이 있는 왕십리 행당시장에도 쇼윈도우를 봐도 그 실력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남성 맞춤셔츠와 정장을 주로 하는 가게가 있었는데 올봄 눈물의 폐업을 했습니다.

    저 역시 의류업을 하는 처지로 이런 오래된 명장들의 쓸쓸한 은퇴를 볼 때마다 마음이 긴장됩니다. 이 맞춤 사장님은 직접 뵌 적은 없지만 저에게는 항상 마음속의 동기부여가 되는 그런 작은 가게였습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같은 붉은 날에도 쉬지 않고 옷가게는 늘 열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는 조용히 손님만을 기다리는 사장님의 초조한 고뇌를 언뜻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루도 쉴 수 없는 그 간절함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힘들거나 슬럼프를 느낄 때는 지루한 위로가 되기도 했습니다.▲사라져가는 옷점=솔직히 주문제작 옷점,양장점 폐업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남성의류 기성복 시장이 다양한 사이즈와 저렴한 가격 경쟁력으로 남성 맞춤복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시장경제 원리입니다. 그래도 골목 상권에서 맞춤 셔츠와 정장 등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라면, 최근에는 보기 드문 양장 기능사, 재단사, 패턴사 등 가게 주인들의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를 가지고 오랜 단골들이 있었기에 퇴보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80년대 학창시절만 해도 기억날 것 같아요. 세계기능올림픽에서 늘 여러 종목의 금메달과 뛰어난 실력으로 대한민국이 위상을 떨치던 시절. 뉴스에서도 그 소식을 늘 다루면서 모교나 고향에서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내걸린 반가운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양복점의 트레이드 마크 수상(당시 어르신이나 부모가 자주 했다 잔소리가 많았지만,'남성은 기술만 있으면 평생 먹고 갈 수 있으니까 반드시 기술을 배운다~!'물론 지금 생각해도 잘못은 아니지만, 이 시대에도 성공한 남성의 길을 걷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인지는 모르겠어요.
    상장이 많을수록 그 가게 사장님의 자존심은 대단했어요.의류 관련 업종 역시 재단사 패턴사 봉제사 양장기능사 등 이른바 기술직이 많지만 요즘은 그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가 별로 없습니다. 한국이 과거 의류산업에서 세계적인 인프라와 경쟁력을 가졌다는 자부심은 옛말이 된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실력과 자존심만으로 남아 있는 기술직 명장들이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익이 없어 장사를 포기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며, 한편으로 의류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있는 저에게는 무섭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묵묵히 현장에서 열심히 기술을 배우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실하게 일해서 이렇게 어려웠던 과정의 열매로 나의 작은 맞춤양복점을 차리는 미래를 꿈꾸던 이 성공방정식이 지금은 전통적인 맞춤셔츠나 양복을 고집하는 상점들에게는 오히려 고난의 방정식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년의 역사를 가진 브룩스브라더스의 파산 직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1849년 미국 내에 240개의 매장이 있으며 존 F.케네디,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등 미국 대통령의 의류로도 유명했던 세계적 브랜드 브룩스 브러더스.
    기성복의 정통 클래식한 정장뿐만 아니라 캐주얼하고 단정해 보이는 치노 팬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블레이저 재킷 등 늘 새로운 연구와 패션 트렌드를 이끌었던 명장 브룩스 브라더스였지만 세월 전에는 장사가 없는 것 같습니다.

    SPA 자라, H&M, 유니클로 등의 소비자들에게는 패스트 패션 문화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30대, 40대, 50대를 넘는 중년 남성의 보수적인 직장 복장 문화도 넥타이 없이 출근하는 편안한 스타일과 코디로 바뀌고, 트레디셔널함을 추구하는 남성 정장 브랜드는 점점 어려워지는 반면, 그 현실은 한국에서도 남성 정장류를 주로 취급하는 남성 패션 브랜드의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맞춤복 시장의 방향성이 이제는 맞춤복도 DB화된 시스템으로 고객의 스타일에 맞는 제안을 하는 비즈니스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카라, 카브스, 버튼, 핏감, 원단등 디테일하고 다양한 옵션과 부자재까지 고객 스스로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은 기존 맞춤매장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맞춤 비즈니스로 부활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기술과 실력만으로 고객에게 신뢰와 끊임없는 단골 고객을 얻던 시대였지만 지금은 고객이 시각적으로도 편안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시뮬레이션 맞춤 방식은 오랜 전통이나 기술, 자격증만이 반드시 고객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시대가 됐죠.

    시대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왠지 저는 옛날 동네 맞춤양복점의 명장 어르신들에게 믿음과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폐업하기 전 마지막 한 벌이라도 더 많은 재고를 날리려고 애쓰던 모습. 공들여 다린 바지를 거꾸로 반듯하게 진열하던 그 양복 기능사 사장의 뒷모습이 지금도 여운에 남네요.
    2016년에 차인표, 이동건, 조윤희씨가 출연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라는 KBS2 주말드라마가 있었는데 시청한 적은 없지만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네 남자의 눈물과 우정, 성공을 그린 가족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휴먼드라마였대요. 실제로 월계수 양복점 촬영지도 상수역 근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한 번 지나갈 때 물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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